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인터뷰
GPU 컴퓨팅-AI 연계,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제로 마켓' 때부터 연구
 

2015년 3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세계 1위 그래픽칩(GPU) 설계회사 엔비디아(Nvidia)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에 두 남자가 등장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Huang) 최고경영자(CEO)와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였다. 머스크 CEO는 "몇 년 안에 자율주행차를 길에서 흔히 보게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에 서 있는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테슬라 전기차에도 엔비디아가 만든 자율주행 플랫폼이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모터스 CEO는 2015년 3월 열린 엔비디아의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테슬라의 전기차에 엔비디아의 GPU 기반 자율주행차 플랫폼이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모터스 CEO는 2015년 3월 열린 엔비디아의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테슬라의 전기차에 엔비디아의 GPU 기반 자율주행차 플랫폼이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몇 달 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칩을 사용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 IBM은 수퍼컴퓨터 왓슨에 엔비디아 그래픽칩을 쓰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회사인 바이두는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결해 승리한 '알파고'에도 엔비디아 그래픽칩이 176개 들어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력투구하는 기업들이 하나같이 엔비디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54) 창업자 겸 CEO를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났다. 그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엔비디아가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필연적 운명(destiny)과 뜻밖의 행운(serendipity)이 만난 셈"이라고 표현했다.

1.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컴퓨터 그래픽 성능을 높이던 GPU가 최근에 인공지능·수퍼컴퓨터·자율주행차 성능 개선에 쓰이고 있다. 미래 성장 기대감으로 지난 한 해에만 엔비디아 주가가 230%나 상승했다. 연 매출도 33%나 늘었다. 회사 설립 24년 만에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 아닌가.

"엔비디아는 수년 동안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GPU 기술을 연마했다. 엔비디아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하는 두뇌를 잘 만드는 것은 필연적 운명이다. 때마침 신경망 연구가 진일보했고, 딥러닝 알고리즘도 나왔다. 빅데이터 시대에 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려면 막강한 연산이 가능한 두뇌가 필요하다. 그런 두뇌를 키워온 것이 엔비디아였다. 20년간 GPU 컴퓨팅에만 올인해 필연적 운명을 만들었고, 주변에서 나머지 기술들이 완성되면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GPU에 올인했는데, 오늘날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했나.



"엔비디아는 현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퍼컴퓨터, 자율주행차 등 여러 사업 부문을 갖고 있는데, 모두 GPU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GPU는 우리 사업의 중심추였다. GPU 개발을 열심히 하다 보니 GPU가 필요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핵심 업체가 된 것이다.

엔비디아가 사업 분야를 선택할 때 다음 3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첫째,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 둘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가. 셋째,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인가. 나는 기업을 경영하며 '이 시장이 당장 큰돈을 벌어다 줄까'를 기준으로 삼은 적이 없다. 엔비디아가 십여 년 전부터 GPU 컴퓨팅과 인공지능을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 이 시장은 처음 몇 년간은 아무런 이슈도 없는 그야말로 '제로 마켓'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인공지능이 언젠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2.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라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1980~90년대 세계 1위 반도체업체 인텔이 CPU(하드웨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소프트웨어)를 앞세워 PC 시장을 독점했다. 모바일 시대엔 퀄컴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했다. 이제 글로벌 반도체·IT·자동차 기업들은 '바퀴 달린 인공지능 컴퓨터'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놓고 플랫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칩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하는 강자로 떠올랐다.

―테슬라,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보쉬 등의 기업과 연구기관·대학들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 중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자율주행차란 무엇인가.

"사람 대신 운전해주는 것, 그리고 사람이 운전할 때 운전자 대신 주변을 경계해주는 것이다. 나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공동 조종사(co-pilot) 역할을 한다고 본다. 차 안에 있는 카메라와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운전할 길을 파악할 것이다. 지금 비행기와 비슷하게 말이다. 컴퓨터가 사람의 개입이 필요한 길이 나오면 운전자에게 알려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차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스로 운전하는 차'보다 훨씬 더 고도화되고 지능화된 모습으로 우리 삶에 들어올지 모른다. 내가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라는 말 대신 '인공지능 차(AI car)'라고 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동차 안에 달린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이 어딜 보는지 파악하고, 운전자가 말하는 대로 입 모양을 읽어내고, 머리를 어느 방향으로 미세하게 돌리는지 인식해내는 것은 아주 최근에야 완성도가 높아진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여기까지 오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28/2017042801683.html#csidxe142bd6f83288d38fb3d3ad176c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