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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장·시민조문소 반대” 여성계 첫 성명 [전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10일 전직 비서 성추행 의혹을 받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시장장으로 치르는 것과 시민조문소 설치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박 시장의 사망 이후 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여성계에서 처음 나온 공식 반응이다.

상담소는 이날 오후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의 제목은 2000년 당시 변호사였던 박 시장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여성법정에 남측 검사로 나와 했던 말이다.

상담소는 “지난 8일 박 시장은 서울시청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등으로 고소됐다”면서 “박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며,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葬),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피해자 곁에 있겠다. 약자의 곁에서, 이야기되지 못해온 목소리에 연대하겠다”고 했다.

또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박 시장의 죽음이 비통하다면 먼저 해야 할 것은 그것”이라며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0시1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오후 5시17분쯤 박 시장의 딸에 의해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만이었다. 서울시는 이후 박 시장의 장례를 5일간 서울시장장으로 치르며, 청사 앞에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는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실종되기 하루 전인 8일 전직 비서인 A씨는 서울지방경찰청을 찾아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고소장에서 “2017년 근무를 시작한 뒤 박 시장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고소건 사이에 개연성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입장문 전문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2000년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한일여성법정에 남측 검사로 참여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했던 말입니다.

2020년 7월 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청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등으로 고소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박 전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여,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습니다.

서울시의 5일간의 대대적인 서울특별시 장,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를 만류하고 반대합니다.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합니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곁에 있겠습니다. 약자의 곁에서, 이야기되지 못해온 목소리에 연대하겠습니다.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의 죽음이 비통하다면 먼저 해야할 것은 그것입니다.

서울시의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합니다.